이란 전쟁 지중해 확산, 글로벌 에너지망 비상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이집트 지중해 연안의 핵심 에너지 거점인 다미에타 항구에서 미국 소유의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이 드론 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집트 정부는 지난 29일 항구에 정박 중이던 부유식 LNG 저장 설비 '에네르고스 윈터'호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불길이 인근 그리스 선박으로까지 번졌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번 사건은 그간 홍해와 아라비아해에 국한됐던 이란 전쟁의 불길이 유럽으로 향하는 관문인 지중해까지 확산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받는다.공격의 배후를 자처하는 세력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휴전 체제가 붕괴된 이후 중동 전역에서 미군 자산과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해온 친이란 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은 이번 다미에타 항구 공격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시설을 타격하고 홍해의 길목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를 선언하는 등 해상 봉쇄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후티 측이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비치면서 글로벌 물류 대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란 전쟁의 전선은 이제 유라시아 대륙 전체로 넓어지는 모양새다. 최근 카스피해에서 이란 화물선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은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흑해 항구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지난달 체결됐던 종전 양해각서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되었음을 의미하며, 전쟁의 영향권 밖에 있던 카스피해와 흑해마저 직접적인 교전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과 이란의 대결이 지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항로 전체를 위협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 역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란은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이 전략적 요충지의 통항을 제한하며 미국을 향한 경제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란 측이 합의 이후에도 해협 통행료 징수 방침을 굽히지 않으면서 양국 간의 신뢰 관계는 완전히 무너졌다. 이란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가 에너지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는 점을 집요하게 공략하며 해상 게릴라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응해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 본토와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재개했다. 미군은 지난 29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 시도에 대응해 정밀 타격 작전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발표하며 강경한 군사적 의지를 피력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후티 반군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손잡고 국제 연합체 구성을 추진하는 등 사실상 전쟁 참여를 공식화했다. 중동의 맹주들이 직접 충돌하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지역 내 군사적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팽팽하다.
현재의 해상 충돌 양상은 단순한 군사 보복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전체를 인질로 잡는 경제 전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지중해부터 호르무즈 해협까지 이어지는 주요 에너지 통로가 동시다발적으로 공격받으면서 국제 사회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압도적인 화력을 동원해 공습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이란 세력의 비대칭 전력을 활용한 도발이 계속되면서 중동발 안보 위기는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생생뉴스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