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욕설 파문, 결국 '빈볼'과 '더티 플레이'로 번졌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앙숙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LA 다저스의 라이벌전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거친 감정싸움으로 얼룩지고 있다. 발단은 지난 22일 경기에서 발생한 홈 접전 상황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이정후가 안타를 치고 출루한 뒤 후속 타자의 안타 때 3루를 돌아 홈까지 파고들었으나, 다저스 포수 달튼 러싱의 태그에 걸려 아웃되고 말았다. 아쉬움에 홈플레이트 근처에 주저앉은 이정후를 향해 더그아웃으로 향하던 러싱이 거친 욕설을 내뱉는 입 모양이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포착되면서 논란의 불씨가 지펴졌다.

 

해당 장면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며 팬들의 공분을 사자, 러싱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그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발언이 언론에 의해 부풀려졌다고 항변하며, 당시 상황은 이정후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나아가 이정후와 절친한 사이인 다저스의 김혜성을 통해 이정후와 짧은 만남의 자리를 갖고, 혹시라도 오해가 있었다면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정후 역시 경기 중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쿨하게 넘기는 모습을 보여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양 팀의 팽팽한 긴장감은 이틀 뒤인 24일 경기에서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샌프란시스코의 선발 투수로 나선 에이스 로건 웹이 6회초 타석에 들어선 러싱의 옆구리를 향해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진 것이다. 제구 난조로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공이 날아간 궤적과 타이밍을 고려할 때 이정후 사건에 대한 명백한 보복성 빈볼이라는 의혹이 짙게 깔렸다. 공에 맞은 러싱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배트를 거칠게 내동댕이치고 1루로 걸어 나갔다.

 

감정의 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어진 타석에서 김혜성이 내야 땅볼을 쳤을 때, 1루 주자였던 러싱이 2루로 향하며 베이스가 아닌 유격수 윌리 아다메스를 향해 깊숙하고 위험한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이는 상대 수비수의 송구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을 넘어 부상을 유발할 수 있는 명백한 '더티 플레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빈볼에 이은 거친 슬라이딩까지 연달아 나오면서,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된 사건이 양 팀 선수단 전체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였다.

 


경기 후 양 팀의 반응은 엇갈렸다. 샌프란시스코의 웹은 고의성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이정후와 관련된 일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능청스럽게 답변을 회피했다. 반면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웹의 투구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고 꼬집으며, 과거 방식대로 동료를 보호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루이스 아라에즈 역시 러싱의 거친 슬라이딩을 두고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지저분한 플레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작 논란의 중심에 선 러싱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상대 팀 선수들에게 개인적인 악감정은 없으며, 이번 일로 그들의 오해가 풀렸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은 그저 출루하는 것을 즐길 뿐이라며 의연한 태도를 유지했다. 당사자들 간의 화해 시도에도 불구하고 양 팀의 앙금이 그라운드 위에서 거친 플레이로 표출되면서,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의 남은 맞대결은 더욱 뜨겁고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