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절친', 이제는 '적'…손흥민 등 뒤에 칼 꽂을 레길론

 한때 손흥민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던 옛 동료 세르히오 레길론이 이제는 그의 앞을 가로막는 적으로 돌아온다. 인터 마이애미 CF는 16일(한국시간), 자유계약(FA) 신분이던 레길론과 2027년 12월까지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유럽 정상급 무대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높이 산 마이애미는 그에게 2028년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옵션까지 안겨주며 큰 기대를 드러냈다. 레길론 역시 "이곳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가진 승리의 클럽"이라며 "아직 차지하지 못한 모든 트로피를 손에 넣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며, 미국 무대에서의 화려한 부활을 다짐했다.

 

레길론은 '세계 최고의 클럽' 레알 마드리드 유스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잠재력을 인정받은 유망주였다. 2018년 꿈에 그리던 1군 무대에 데뷔했지만, 은하수처럼 빛나는 스타들이 즐비한 레알의 주전 자리를 꿰차기엔 현실의 벽이 높았다. 결국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찾아 세비야로 임대를 떠난 그는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이 활약을 발판 삼아 2020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하며 손흥민과 운명적인 첫 만남을 가졌다. 이적 첫 시즌, 그는 '스페셜 원' 주제 무리뉴 감독의 확고한 신뢰 아래 주전 레프트백 자리를 꿰차며 손흥민과 함께 토트넘의 측면을 책임졌다.

 


하지만 영광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를 총애하던 무리뉴 감독이 팀을 떠나자 그의 입지도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새로 부임한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안토니오 콘테 감독 체제에서 그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으로 팬들의 비판에 직면했고, 결국 라이언 세세뇽과의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나며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졌다. 설 자리를 잃은 그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브렌트포드 등 여러 팀으로 임대를 전전하는 '저니맨' 신세가 되었지만, 어느 곳에서도 과거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토트넘으로 복귀해서도 단 6경기 출전에 그친 그는 올여름 계약 만료와 함께 쓸쓸히 팀을 떠나야 했다.

 

긴 방황 끝에 미국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된 레길론은 공교롭게도 손흥민과 적으로서 재회하게 됐다. 그가 새 둥지를 튼 인터 마이애미는 손흥민이 속한 로스앤젤레스 FC(LAFC)와 내년 2월, 2026 메이저리그사커(MLS) 개막전에서 격돌할 예정이다. 한때 같은 유니폼을 입고 승리를 위해 함께 뛰었던 두 선수가 이제는 서로의 골문을 향해 창과 방패로 맞서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토트넘에서 쫓겨나다시피 떠난 선수가 리그 최고의 스타가 된 옛 동료를 상대해야 하는 이 얄궂은 운명의 장난에 벌써부터 축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