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살리려 전기료 동결..한전 적자 폭증 우려 커져

 이재명 정부가 민생 안정과 물가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은 사실상 동결될 전망이다. 지난 23일 한국전력공사(한전)는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2022년 3분기부터 13분기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연료비 조정단가를 통한 전기요금 인상 여력을 사실상 제한한 셈이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용 연료 가격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다. 통상 3개월 간의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을 고려해 ±5원 범위 내에서 조정한다. 이번 조정안은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세임에도 불구하고, 한전의 심각한 재무 상황을 고려해 전 분기와 동일한 5원 인상 폭을 유지하는 결정을 반영했다. 정부는 한전 측에 “재무 악화를 막고 연료비 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을 고려해 3분기에도 동일한 단가를 적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전기요금 체계는 연료비 조정단가 외에도 기본요금, 전력량 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되지만, 현재 정부가 물가 안정에 주력하고 있어 이들 요소의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2023년 5월 이후 전기요금 인상은 멈춘 상태이며,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은 9개 분기째 동결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 역시 민생 부담을 고려해 요금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를 직접 주재하며 물가 안정 대책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중동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전기요금 동결 정책이 장기적으로 한국전력에 재무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6월 중순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계기로 중동 정세가 급변했으며, 이란 의회가 세계 석유 수송의 주요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안을 가결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전략적 해상 통로로, 봉쇄 시 국제 유가는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2011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했을 당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20달러 안팎까지 치솟은 바 있다.

 

국제 금융회사 JP모건은 중동 위기 상황에서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 상승은 곧바로 전력 생산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한전은 2021년 2분기부터 이어진 적자가 2025년 1분기 말 기준 31조4905억원에 달하며, 부채 규모는 206조8019억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재무 악화는 한전의 신사업 투자에도 제동을 걸 우려가 크다.

 

특히 한전은 인공지능(AI)과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15년간 약 72조8000억원 규모의 송전망 투자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한전은 현재의 전기요금 수준으로는 충분한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유가 전망도 불투명하고 전력망 구축비용도 상당해 지금과 같은 요금 체계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전기요금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요약하면, 이재명 정부는 민생과 물가 안정을 위해 3분기 전기요금을 사실상 동결했으나,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가능성과 한전의 심각한 재무 상태가 맞물리면서 전기요금 인상 부담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전이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미래 사업 투자를 위해서는 결국 전기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하지만, 정부는 물가 안정과 민생 부담 사이에서 신중한 정책 결정을 강요받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전기요금 정책과 한전 재무 구조 개선이 국민 경제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