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경매 전쟁.."감정가보다 10억 더"

경·공매 정보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6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된 아파트 경매 중 매각가율이 100%를 초과한 사례는 24건으로 집계됐다. 아직 한 달이 절반 이상 남아 있는 시점임을 고려할 때, 이달 전체 기준으로는 최소 30건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올해 1~5월 동안 총 127건의 100% 초과 매각 사례가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증가세다. 월평균 약 25건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달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고가 낙찰 사례가 나올 전망이다.
특히 강남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낙찰가가 감정가를 크게 웃도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6월 1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전용면적 106㎡는 감정가 31억5,000만원보다 10억6,000만원 이상 높은 42억1,533만원에 낙찰되며 매각가율이 무려 133.8%를 기록했다. 전날인 10일에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 강촌아파트 전용 84㎡가 감정가 19억6,000만원보다 4억4,600만원 높은 24억700만원에 낙찰되면서 매각가율 122.8%를 나타냈다.
강남 외 지역에서도 고가 낙찰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캐슬골드 전용 166㎡는 감정가보다 5억원 이상 비싼 30억1,000만원에 낙찰돼 매각가율이 120.9%를 기록했다. 이러한 고가 낙찰은 이전에는 드물게 나타났던 비강남권 지역에서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성원아파트 전용 84㎡는 감정가보다 8,000만원 높은 13억310만원에 낙찰됐고, 동대문구 휘경동 브라운스톤휘경 전용 59㎡는 감정가보다 1,400만원 높은 7억6,200만원에 거래됐다. 영등포구 양평동1가 중흥에스클래스 전용 59㎡는 감정가(10억5,000만원)와 사실상 같은 10억5,005만원에 낙찰됐다.
지지옥션 이주현 전문위원은 "보통 강남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매각가율이 100%를 넘는 사례는 많지 않은데, 이번 달에는 성북구 길음동, 영등포구 대림동 등지에서도 100%에 육박하는 고가 낙찰이 다수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 따른 시장의 반작용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토허구역 내에서는 일반 매매 시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실거주 의무와 자금출처 소명 등 복잡한 규제가 적용된다. 그러나 경매로 아파트를 낙찰받는 경우에는 이러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규제를 피해 투자를 노리는 수요자들이 경매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실거주 목적의 수요도 함께 경매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최근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반 매매로는 접근이 어려워지고, 경매에서 낙찰을 노리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주현 전문위원은 “투자 목적이라면 수익률을 고려해 낙찰 희망가를 높게 쓰기 어렵다”며 “강남 외 지역에서 낙찰가율이 높은 것은 실거주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은 일반 매매는 물론 경매 시장에서도 ‘상승 기대심리’가 퍼지고 있다. 감정가를 크게 웃도는 낙찰 사례는 그 자체로 가격 기준을 다시 쓰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낙찰가는 향후 인근 지역 아파트의 시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는 다시 일반 매매시장에 반영되면서 선순환 또는 악순환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경매 시장이 더 이상 ‘저가 매입의 기회’라는 통념이 무색할 정도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시장 안정화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에 이 같은 과열 흐름이 진정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규제 회피 수요와 실거주 수요가 맞물린 지금의 구조는 단기간 정책 효과로 꺾기 어려운 구조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당분간 서울 경매 시장은 매각가율 100%를 넘는 고가 낙찰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는 서울 전역의 아파트 가격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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