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재판 출석..김 여사 질문에 ‘입 닫고 눈 감고’

 윤석열 정부에서 각종 이권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검찰 조사에서 “보수 성향을 가지고 있어 보수 정권 때마다 기도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전씨가 단순한 종교 행위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 영향력까지 행사한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윤석열 정부 이전부터 보수 정치권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수사와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 조사에서 “보수 정권이 나라를 발전시킨다는 판단 아래 기도해왔다”며 자신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행동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경북 영천시장 예비후보자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로, 당시 받은 금품은 ‘기도비’ 명목이었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짙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이 ‘경북 지역 공천을 왜 부탁받았는가’라고 질문하자, 전씨는 “경상도 사람들과의 친분 때문이며, 보수 성향이라 그런 부탁을 자주 받았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전씨는 2022년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경북 봉화군수 및 도의원 후보자들의 공천과 관련된 부탁을 받고 이를 이른바 ‘친윤계’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한 정황이 포착됐다. 그중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도 공개되었는데, 윤 의원이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에게 도움이 될까요?”라고 묻자,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한다. 빠지면 안 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보수 정치권과의 관계가 윤석열 정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도 밝혔다. 2017년 19대 대선 당시에도 보수 진영 인사들이 조언을 구한 바 있다며, “당시 윤한홍 의원은 MB(이명박) 사람이라 직접 상의하진 않았지만, 다른 보수 쪽 인사들이 물어보긴 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인물이나 조언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박근혜 대선 당시에는 전면적으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이번 대선(2022년)에는 본격적으로 움직였고, 그 직후 사진이 찍히면서 망신을 당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당시 후보의 등을 두드리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며 유명세를 탔다. 그는 윤석열 캠프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하며 일부 간부들로부터 보고를 받았고, 캠프 내부 지휘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전씨의 통화기록을 분석해 김건희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 씨와도 지난해 약 10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전씨는 후보자들로부터 받은 금품에 대해 “기도비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소 1000만원에서 많게는 3억원까지 받았다고 했으며, 검찰은 이를 정치적 청탁이나 정치자금으로 판단하고 조사를 확대 중이다. 특히 검찰은 2017년 7월부터 2018년 12월 사이 전씨 아내의 계좌로 6억4000만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으며, 전씨 자택에서 발견된 5000만원 권의 현금 뭉치, 통일교 전 간부로부터 받은 고가의 목걸이 등에 대해서도 자금 출처 및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검찰이 “정치 브로커로 보인다”고 지적하자, 전씨는 이를 부인하며 “신통력이나 예지력이 없다면 고위공직자들이 왜 나를 만나겠냐”고 항변했다. 이는 자신이 단순한 종교인 이상의 존재로 정치권에서 기능했음을 은연중에 드러낸 진술로 받아들여진다.

 

검찰은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소환 조사했으며, 그와 관련된 처남 등 가족들에 대해서도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아울러 지난달 30일에는 김건희 여사를 참고인으로 삼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저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한편,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 대한 재판은 오는 12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다시 열릴 예정이다. 전씨의 진술과 관련 정황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이번 사건이 윤석열 정부와 보수 정치권 전반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