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막는 ‘인생 후반전’ 운동 습관

 나이가 들어도 뇌 건강을 지키고 싶다면 지금 당장 운동화 끈을 조여 매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중년 이후에도 신체 활동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알츠하이머병 위험 요인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치매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흔한 치매 원인으로, 기억력 저하를 비롯해 인지 기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이에 따라 예방이 매우 중요하지만, 치료법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중년기에 신체 활동을 늘린 사람들은 뇌 속에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 물질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축적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아밀로이드 베타는 뇌세포 사이에 플라크(단백질 덩어리)를 형성하며 뇌 기능을 손상시키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평균 연령 60세인 인지 기능 정상의 남녀 337명을 대상으로 약 4년간 추적 조사를 진행했다. 이 중 86% 이상이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알츠하이머병 병력이 있는 유전적 고위험군이었다. 참가자들은 WHO의 신체 활동 권장 기준을 바탕으로 네 가지 그룹으로 나뉘었다. ▲권장량에 미달하는 비활동 그룹, ▲기준을 충실히 따르는 그룹, ▲기준을 따르다가 중단한 그룹, ▲최근 들어 기준을 새롭게 실천하기 시작한 그룹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에게 주당 150~~300분의 중강도 운동(예: 빠르게 걷기), 혹은 75~~150분의 고강도 운동(예: 조깅)을 권장하고 있다. 이는 하루 30분씩 주 5일 꾸준한 신체 활동을 의미한다.

 

 

 

연구 기간 동안 참가자들의 뇌는 자기공명영상(MRI)과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을 통해 정밀 검사됐다. MRI는 뇌의 구조적 두께, 특히 알츠하이머병에 취약한 피질 영역의 상태를 파악했고, PET 스캔은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 정도를 측정하는 데 활용됐다.

 

그 결과, WHO 기준을 지키지 않은 비활동 그룹은 뇌의 피질 두께가 유의미하게 얇았으며, 이는 뇌 위축과 직접 연관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했다. 좌식 생활이 장기간 지속되면 뇌세포 간 연결이 줄어들고, 이는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WHO 지침을 새롭게 따르기 시작한 참가자들은 지침을 따르다가 포기한 이들보다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량이 더 낮았다. 이 결과는 “운동을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시점은 없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셈이다.

 

또한, 신체 활동의 강도와 빈도가 높아질수록 아밀로이드 축적량이 줄어드는 ‘용량 의존적 관계’도 확인됐다. 이는 운동량이 많을수록 뇌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도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계는 나이, 성별, 교육 수준, 정신 건강 상태, 유전적 요인 등을 통제한 후에도 동일하게 유지되었다.

 

다만, 신체 활동이 피질 두께 증가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운동이 뇌 구조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기능적 측면이나 단백질 대사 경로에 더 깊이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부터 신체 활동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발병 예방 또는 지연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연구는 운동이 뇌 안에서 어떤 생물학적 변화를 이끄는지를 PET 영상이라는 객관적 데이터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병 사례의 약 13%는 신체 활동 부족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유전적 요인을 바꿀 수 없다면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며, 규칙적인 운동이 유전자 수준의 위험 못지않게 중요한 예방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마디로, 뇌를 위해서는 의자보다 운동화에 더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